COVID-19의 특성
작년말 삼국지의 관우가 지켰던 형주(우한) 땅의 한 일가족이 걸리면서 세상에 처음 드러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유래없이 높은 전파력으로 불과 석 달 만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바이러스 감염의 임상적 양상은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잘 아시는 동문들이 많겠지만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능한 쉽게 정리했습니다. 자세한 역학적 특성이나 분자생물학적 지식이 필요하신 분들은 끝에 있는 참고문헌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을 보실때 특히 중국 우한지역에서 나온 역학 데이터들은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로 인한 중복 노출과 높은 감염농도로 인한 예외적인 케이스(아웃라이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해석하시기 바랍니다.
우한 코로나, 신종 코로나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던 이번 신종 코로나 변이종은 키워드 검색의 정확성을 위해 코로나19 (COVID-19)로 공식 명명이 되었습니다. 이 놈은 우리가 학부시절 배웠던 계절성 감기의 흔한 원인 중 하나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 아형(subtype strain)입니다. 사람에게 유행성 감기를 주로 일으키는 아형으로는 코로나 229E와 OC43가 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흔한 코로나 이외에도 변이 코로나의 간헐적 출현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검사 기법의 미비로 확인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분자생물학적 바이러스 검사 기법, 특히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기법의 발달로 신종 RNA 바이러스의 즉각적인 확인이 용이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이후는 여러 번의 코로나 변이형들의 출현이 보고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출현이 확인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SARS-CoV (2003년), HCoV NL63 (2004년), HKU1 (2005년), MERS-CoV (2012년), 그리고 이번 COVID-19 (SARS-CoV-2)가 있습니다. 이들 중 사스와 메르스가 가장 악명이 높았죠. 이처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명칭을 통일하기 위해 COVID-19라는 용어를 쓰게 되었습니다. COVID-19처럼 연도를 나타내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향후에도 주기적으로 이런 바이러스의 유행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만약 2022년에 새로운 코로나가 나오면 COVID-22 로 명명이 되겠죠.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하는 COVID-19는 점액 친화성을 특징으로 하는 Orthocoronavirinae에 속하며, 인체에 감염을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들 중 크기가 가장 큽니다. 양성 단일 가닥 RNA유전자의 크기는 27-34 kbase, 물리적 크기는 120-140 nm정도 입니다. 그리고 숙주의 세포막에서 기원하는 인지질 껍데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변이를 통한 유행이 빈번한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들의 가장 큰 특징이 이 인지질 이중막 입니다. 왜냐하면 인지질막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외부 단백질의 변이 허용치가 높아지고, 면역을 회피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는 인지질 껍질에 호흡기 점액질에 친화력을 가진 몽둥이같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촘촘하게 박혀있습니다. 이 형태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왕관을 위에서 본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 스파이크들에 의해 호흡기 점막 진화성을 가지게 됩니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무작위로 발생되며 증식 횟수당 일정 확률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변이를 거쳐 유리한 변이가 선택되어 신종 바이러스로 출현하기 위해서는 일단 증식이 충분히 일어나는 원숙주가 필요합니다. 코로나의 경우는 박쥐가 원숙주 입니다. 아시다시피 박쥐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사람과 이종간 바이러스 교차 장벽이 아주 낮습니다. 박쥐는 포유류이면서도 날짐승이기 때문에 대사율이 높습니다. 이런 특성때문에 면역의 활성화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적으로 증식이 가능하고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렇게 박쥐에서 발생된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종을 건너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면 인류는 이전에 접촉한 적이 없는 완전 새로운 구조의 항원을 마주치게 됩니다. 즉 집단 면역이 제로인 상태이며 범세계적 유행의 위험이 커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박쥐와 직접 접촉할 일은 드물기 때문에 박쥐에서 사람으로 감염을 연결시킬 중간 매개체(증폭숙주)가 필요합니다. 사스의 경우는 고양이, 메르스의 경우는 낙타가 이런 역할을 했는데 이번 COVID-19는 이 중간 매개체가 아직 불확실합니다. 뱀이나 어류 라는 가설도 있지만 포유류와 종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중간 매개 숙주로서 가능성은 떨어집니다. 최악의 경우는 에볼라의 아형인 독일 말버그 바이러스의 유행 케이스처럼, 우한에 있는 생명공학 실험실에서 박쥐를 잡아서 실험하던 도중 바로 사람에게 건너 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COVID-19의 경우는 아직 전파가 진행 중이라 정확한 역학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료를 보면 치사율은 대략 1%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이며, 통제가 잘되는 경우는 0.5% 이하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독감의 치사율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죠. 사스의 경우 사망율 7%, 메르스의 경우 34% 였던 것을 보면 아주 낮은 치사율입니다. 이처럼 감염율과 치사율이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은 숙주 간의 직접 전파만 가능하다는 바이러스 감염의 특징 때문입니다. 메르스의 경우는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데 그만큼 감염자의 일상생활에 제한이 가해지기 때문에 전파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COVID-19의 경우 일반 감기처럼 지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전파가 잘되는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도 숙주가 가능한 일상 생활을 유지해야 자신의 유전자 전파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역학적 특성만으로 COVID-19의 높은 전염력이 전부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는 점액 친화성이 있어야 합니다. 점액에 흡착되지 못하면 호흡기 상피 세포에 접촉할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이 점액친화성은 앞서 이야기한 코로나의 스파이크 부분에 의해 획득됩니다. 신종코로나는 이 스파이크 부분의 변이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이 부위는 인체의 면역세포가 인지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변이가 없으면 금방 면역에 의해 제거가 됩니다. COVID-19의 경우는 이 스파이크에 변이가 일어났을 뿐 아니라 점액 친화력이 이전 코로나에 비해 50배 정도 높아졌습니다. 즉 점액 흡착도는 좋아지면서 면역도 회피할 수 있는 최악의 변이가 생긴 것이죠. 이런 분자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소량의 바이러스가 점액과 접촉해도 호흡기 상피에 감염이 될 확률이 올라갔고 초기부터 증식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특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즉 어느 정도 임상 경과가 지나야 타인에게 감염이 가능한 농도에 도달하던 이전 바이러스들과 달리 비교적 감염 초기에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COVID-19도 호흡기 상피세포 감염을 통해 증상이 시작되므로 다른 감기 특히 인플루엔자 감염과 감별할수 있는 차별적인 임상적 특징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자생물학적 특징에서 기인하는 임상 양상의 진행 경과(시간에 따른 증상발현 순서)에는 차이가 날 확률이 큽니다. 인플루엔자 독감의 경우는 크기와 바이러스의 수용체 특성 때문에 에어로졸을 통한 비강 감염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 COVID-19 는 큰 크기와 스파이크의 특징때문에 비말을 통한 구강 감염이 시작인 경우가 흔합니다. 구강을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가 인후두의 호흡상피세포에 감염되어서 최초의 증식을 시작하는 것이죠. 점액 친화성이 낮은 바이러스들은 구강으로 들어와도 대부분이 음식물이나 물과 함께 식도로 내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COVID-19는 점액 친화력이 강해 씻겨 내려가지 않고 호흡기 상피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이죠. 이번 COVID-19의 임상 특징 중 하나가 콧물이 적고 마른 기침과 복통 증상이 적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이런 특징에 의해 발현되는 것 입니다. 물론 COVID-19라고 무조건 콧물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에어로졸을 통해 감염이 시작이 되었을 수도 있고 감염이 진행이 됨에 따라 인후에서 비강으로 바이러스가 넘어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콧물 감기라고 COVID-19를 제외할 순 없지만 감기의 가장 첫 증상이 목감기 혹은 마른 기침이라면 충분히 의심할 근거는 됩니다. 동반되는 발열은 면역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증식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조기 발열이 흔하게 동반됩니다.
확진은 요즘 대부분의 바이러스들처럼 RT-PCR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 기법은 빠르고 정확하지만 너무 민감하고 바이러스의 증식이 없어져도 일정기간 유전자 조각은 남아 있을 수 있기에 음성 판정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RT-PCR 양성이라고 모두 전파가 가능한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임상적으로는 영상 의학적 양상 확인이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면서 진단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염 전파의 특성을 살펴보면, 바이러스의 입자가 크기 때문에 에어로졸의 바이러스 농도가 감염 필요 농도 이상 수준으로 쉽게 올라가지 못합니다. 즉 야외나 환기가 잘되는 곳이라면 마스크의 중요성이 크지 않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원실처럼 실내에서 계속 기침을 하는 감염자가 있는 경우 에어로졸의 농도가 위험한 수준으로 금방 올라간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비말을 통해 감염이 전파된다고 할 때 마스크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의 경우 손을 통한 분비물의 접촉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병원에선 화장실 등의 손잡이가 주된 감염원이 됩니다. 손을 씻어도 나오면서 오염된 손잡이를 만져야 한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죠. 따라서 병원의 화장실은 손잡이 없이 미는 형태의 문이 좋고 구조적으로 가능하다면 아예 문이 없는게 더 좋습니다. 감염력이 높은 비말이 가장 큰 특징인 이번 COVID-19의 경우는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 하며 식사하거나 회식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는 습관과 더불어 손을 수시로 씻어주는 것도 중요한데, 인지질 껍데기를 가진 바이러스이므로 특별한 손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계면 활성제인 비누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입니다. 바이러스는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COVID-19는 밀접 접촉으로 전파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각 개인의 생활 방식이 감염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추가 질문답변
1. 손잡이 등 사물에 묻어있는 바이러스의 자연 사멸 시간은 어느정도일까요? 또 방역 소독을 했다면 24시간 이후 시설물 개방하고 있는데 이정도 시간이면 충분한가요?
답: 알다시피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자체 대사가 없는 무생물이기에 사멸이라는 의미는 없고, 감염력이 없어지는 것이 중요하지. 코로나는 인지질막이 유지되는 동안 이 감염력이 유지되는데 이 시간은 에어로졸 혹은 비말의 크기에 비례하지 (수분이 증발해서 인지질막이 쪼그라드는데 걸리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됨). 즉 얼마나 큰 비말이 떨어져 있는가가 중요한데 일반적으론 8-12 시간 정도면 충분히 마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 그러니 24시간이면 아주 충분한 시간이지.
2. 비누로도 충분하다 하셨지만 저희들은 아무래도 손소독제가 더 가깝습니다. 손이 오염되었다는 가정하에 손소독제를 바르면 바르는 즉시 오염이 제거되는지, 말라야 사멸하는지, 마르고 일정시간 뒤에 안전해지는지 궁금합니다.
답: 알콜베이스 손소독제는 단백질 변성을 목표로 하고 비누는 인지질막 파괴를 목표로 사용하지. 일반인은 주변에 널려있는 비누를 써서 자주 손씻는게 좋고 의료인은 알콜베이스 소독제를 자주 써야지. 이 경우 손에 바른 소독제가 완전히 마르면 감염력은 바로 없어졌다고 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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